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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남기는 오늘 하루

내 아픈 손가락. 좋은 집으로 입양간 고양이를 기억하며

 

 

보면 안쓰러운 녀석.

항상 땡그란 눈으로.

마치 펭수같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던 녀석.

 

이 녀석은 올 겨울에 좋은 댁으로 입양을 갔다.

 

우리집에 있는 동안 많이 예뻐해주려고 했는데

그래도 내 사랑은 부족했던 것같다.

 

 

 

이녀석은 참 명이 길다고 해야하나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죽을 고비에서 살아돌아와 사람들과 사는 것이

고양이 입장에서 운이 좋은게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딱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도

구조를 하지도 않고

지나가다가 고양이가 보이면 잠깐 유심히 보다가 가던 나.

 

 

이 녀석이 어릴 때 처음 만났던 날.

이녀석은 아파트 정문에서 차도에 쓰러진 상태로 죽어가다가

하교하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발견되었다.

 

 

고양이가 누워있는데 차에 치일 것같아서

용감한 아이가 달려가서 데려다가 인도로 옮겨 놓았단다.

누군지 참 멋진 아이다. 난 그러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인도로 왔지만 걷지못하고 비틀비틀거리다 픽 쓰러져서

껭 껭? 잉잉? 울어대던 녀석인데

그 모습을 또 우리집 아이가 찍어서 보냈다. 큰일이라며 도와달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리집 아이에게 떠밀려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범백에 걸린 고양이였다.

고양이에게는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병인데

얘는 먹지도 서지도 못하고 누워서 소변을 싸고 있는 지경이니

병을 이길 기운도 없어보이고 체온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그런데 그 악명높은 범백이라니..

아무래도 하루를 못넘기겠구나했지만

그냥 가만히 보내기가 참 어려웠다. 

 

한 생명이 죽어가는걸 지켜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일단은 혹시 모르니까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주사를 맞히고

수액 맞히고 물도 못먹어서 억지로 밀어넣어 먹였다.

 

병원비는 8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영수증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에서는

한시간전까지는 평화로웠던 내가

지금 왜 동물병원에서 첨 만난 고양이를 위해 이 돈을 내고 있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 식구들 소고기 사서 먹을 수 있는 돈인데..

오늘 내일하는 고양이에게 돈을 쓰고 있으니 거참.

냐옹아.

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나머지는 네 운명이다.

 

 

그후에는 상자에 담아서 잠깐 차에 뒀다가

저녁이 되자 창고에 데려다 놓았다.

집에 다른 고양이가 있어서 범백에 걸린 고양이는 데려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울까봐 핫팩 수건에 말아 넣고

물 사료 +화장실 준비해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녀석을 창고에 두고 나가면서 쓰다듬으면서

'냐옹아 힘내'라고 말해줬던 것같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얘는 살기 힘들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죽어 있을 것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내가 그 상황에 더 해줄 수 있는건 없었다.

 

 

 

다음날.

출근하기 전에 창고에 들렸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냐옹아라고 부르면서

다가가서 들여다본 상자안의 고양이는

움직임이 없었다.

 

아. 죽었구나..

역시 그랬구나.

 

왠지 눈물이 났다.

냐옹아 좋은데 가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는데

그순간 얘가 움직였다.

 

그냥 힘이 없어서 쓰러져 있었던 것같다. =_=

그걸 보고 내가 착각을 했었나보다.

잠깐 쳐다보려고 하는 것같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정말 죽은 것같았는데..

숨쉬는 것을 따라 몸은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신기하게도

힘없이 엥-   엥-   울어대는데

어제 보다는 좀 기운이 생긴 느낌.

어제는 고개를 떨구고 들지도 못하더니

오늘은 고개들어서 쳐다보려고는 한다.

 

 

하지만 화장실은 여전히 안갔고 

수건에 실례를 해놓았더라.

 

회사에 데려갈 수도 없고

낮동안 창고에 있어야하는데 버텨줄려나.

핫팩 하나 더 뜯어주고 주변 정리해주고 난 출근.

 

 

그 이후.

이녀석은 시간은 좀 걸렸지만 기적같이 기운을 회복했고

 

천사같은(ㅠㅠ) 좋은 분 만나 임보처로 떠났고.

그곳에서 집중케어를 받으며

범백 완치하고

예방접종 하고

무럭무럭 자라서

늠름한 고양이가 되었다.

 

 

 

문제는 임보처에서 우리집에 데려왔더니

원래 키우고 있던 고양이와 사이가 너무너무 안좋았다는거.

공간을 분리해놔도

몇달을...캬악~!거리는데

온가족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고양이 화장실을 덮지도 않는다. 

내가 몇번을 물어봤는지 모른다.

너 고양이 아니니? 왜 모래를 안덮는거야?

물론 대답은 없었다.

짐작컨대 태어나고 밖에서 큰데다가..

이부분은 엄마고양이에게 안배운 것같다.

 

 

 

 

 

 

그렇게 우당탕탕 몇달을 보내고

좋은 입양처를 만나 우리곁을 떠난 이녀석.

 

언제나 우리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요녀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해.

꼭이야.

알았지?